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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리선애빌에서의 공동체적 삶은 몇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밥은 같이 먹고, 마을 일은 공동울력으로 해결하며, 복잡다단한 마을 일의 결정을 위해 공동체 회의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시골마을에서 놓치기 쉬운 문화생활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및 행사를 운영합니다.



공동식사

식사는 ‘낙생(樂生)’이라는 불리는 식당에서 공동으로 해결합니다. 주민 중의 한명이 운영책임을 맡고 부족한 노동력은 주민들이 번갈아가며 한 달에 한두 번의 도우미 활동을 통해 해결합니다. 처음에는 공동생활의 편의를 위해 시작한 것이지만 지금은 ‘식구(食口)’로서 같이 밥을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 중의 하나라는 것에 대부분의 주민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생활과 생각을 나누고, 마을 일조차 함께 식탁위에 올려서 해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마을의 중요한 일들은 회의보다는 식사 중에 ‘뚝딱’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한집에 살면서도 평소 얼굴조차 보기 힘든 ‘가족’보다는 함께 밥을 먹고 나누는 ‘식구’가 현대사회에서는 더 중요한 개념이 아닐까요?

공동울력

공동체라고 해서 사생활에 많은 침해를 받는 강제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생각하기 쉽지만, 마을 주민들에게 부과되는 의무는 매주 한 번씩 하는 공동 노동인 ‘울력’과 마을회의 참여 등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행하지 않는다고 제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비 납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협의와 배려를 통한 자율적인 방식으로 결정합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함께하는 것이 공동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개인의 형편에 따라 공동울력이나 마을회의에 불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참여를 강요하지는 않고 있으며 간혹 불참하는 주민조차도 다른 방법으로 본인의 역할을 보충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마을에는 공동체 운영의 필수조건처럼 여겨지는 엄격한 규율이나 명문화된 규칙이 없습니다. 이는 마을이 ‘실험공동체’라는 점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계속 이것저것 실험을 해나가는 상황이어서 너무 틀을 고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문화행사

시골생활 하면 걱정하게 되는 대표적인 주제들은 도시에 누릴 수 있는 혜택에 관한 것입니다. 문화생활의 향유, 의료와 교육서비스 같은 것들이다. 마을 주민들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우려는 문화와 교육활동을 위한 더 적극적인 노력으로 연결되어 지금은 오히려 도시에서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외부의 문화예술인을 초청해서 지구힐링콘서트나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해서 진행하고, 주민들의 평생교육 차원에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강의, 워크샵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오히려 너무 흔해서 지나쳐버릴 수 있는 기회도 주민들의 뜻을 모아 기획하고 진행하다보니 더 많은 향유의 기회로 연결되는 것이지요.

전기없는 날

‘전기없는날’ 행사는 마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행사이자 체험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애초 석유문명의 위기에 대한 성찰에서 경험삼아 시작한 프로그램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지금은 많은 학교에서 체험하기 위해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체험 이전에 ‘전기없는 날’은 마을의 고유한 전통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매월 보름을 전후해서 TV, 인터넷, 전등을 모두 끄고 주민들이 함께 모여 공동으로 놀이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나눠먹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밝은 달 아래서 바베큐 파티도 하고, 때로는 촛불 아래서 주제를 정해 치열하게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잘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공동의 성찰의 시간입니다.

자가 치유 및 건강

전문적인 의료시설이 마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명상을 통해 배워온 침, 뜸, 마사지 등의 자가치유 요법을 일상적으로 활용하여 주민들의 건강을 스스로 챙기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농한기에는 인근마을 어르신을 대상으로 마사지 등의 의료봉사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마을내 약사를 통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인근마을까지 연계한 의료생협 결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대안학교 운영

마을에는 선애학교라는 대안학교가 있습니다. 초기에는 주민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시작했지만 학교의 뜻을 알고 도와주신 분들의 도움으로 점차 외부인의 자녀들, 즉 유학생이 더 많은 학교로 발전해왔습니다. 주민들과 학생들이 함께 살면서 생활과 인성교육을 같이 해나가는 ‘마을학교’, 여행을 통해 스스로의 삶의 계획하고 개척해나가는 법을 배우는 ‘여행학교’, 다양한 고전과 인문학 공부를 통해 세상의 가치관을 배우는 ‘인문학학교’, 매학기 주제를 정해 영화, 연극, 집짓기, 옷만들기 등을 배우는 ‘집중수업’ 등이 선애학교를 설명하는 키워드들입니다. 현재는 중등과정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회의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것은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복지 등의 많은 문제를 주민들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입니다. 국가나 지자체, 혹은 사회 전체적으로 고민해야할 문제들을 한 마을단위에서도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합니다. 자칫 어렵고 복잡한 문제로 보일 수 있으나 뒤집어 이야기하면 자신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마을의 크고 작은 현안을 결정하는 의사결정방법은 새로운 ‘정치’의 실험입니다. 그 실험의 핵심에는 인디언식 원탁회의, 화백회의 같은 의사결정 방법이 있습니다. 경청을 원리로 하는 원탁회의는 토킹스틱(talking stick)이라는 발언권을 가진 사람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발언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방법이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돌아가면서 자신의 의사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들이 스스로 해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게 되고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화백회의라는 전통적 만장일치의 기법에 의해 해결합니다. 1년에 한두번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화백회의를 통해 결정하게 되는데, 마을에 입주했다가 공동체를 탈퇴한 이들에게 기부금을 돌려줄 것인가 하는 등의 예민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이 회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회의과정에서 자신의 생각, 감정, 욕심을 내려놓고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부부나 가족조차도 서로의 차이에 따른 갈등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수십명이 모여 소소한 문제들까지 합의하는 것이 결코 쉬울 리가 없습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고집과 생각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초창기에는 쉽지 않았던 의사결정이 해를 거듭할수록 좀더 빠르고 쉽게 결정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라는 학교에서 하루하루 배움을 쌓아가고 있습니다.